예수님 내 좀 델꼬 가이소.
진주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속초로 버스를 타고 7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한
설악산. 오는 내내 처음으로 걸어보는 설악산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산행을 위해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하니 당장이라도 한줄기 쏟아질 듯 구름이 가득하였다.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며 다가올 산행의 고통을 준비하였다.
산행은 초입부터 가파른 돌계단과 철계단의 연속이었다.
시야는 온통 구름에 가려 1,000 M 고지 이상임에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답답한 인생처럼 희뿌였게 흐렸다. 안굶어 죽을라꼬 바리바리 싸간 배낭은 15.5 kg,
짊어진 무게는 내 욕심의 무게일까?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는 성경구절이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끝에 매달려 머리를 툭치고 지나간다. “내가 미쳤지, 뭐한다꼬 요는 와가꼬 쌩고생을 다하노??”
10분도 지나지 않아 후회는 땀으로 흘러 뚝뚝 떨어진다.
내 자신을 내려놓고 비우려 떠난 산행이 꽁꽁 싸맨 배낭처럼 하나도 놓지 않고,
잃지 않으려는 다짐인양 19시간의 산행 내내 내 몸을 짓눌렀다.
눈물 섞인 한숨이 가쁜 숨과 함께 흘러나온다.
허리, 무릎, 그리고 발가락까지 안아픈데가 하나 없고 숨이 목구멍에서 깔딱깔딱
할 즈음 대청봉에 올랐다. 빨간색으로 ‘대청봉’이라 새겨진 정상석을 보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저와 함께 동행하신 예수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대피소에서 간단히 저녁식사와 소주로 첫날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튿날 동이 트기 전에 출발을 서둘렀다. 공룡능선, 비선대 그리고 소공원으로
이어진 하산을 위해 어제의 산행으로 지친 몸뚱아리를 끌고 다시 내 욕심의 가방을 짊어지고 등산화끈을 조였다. 다행히 오전에 구름이 걷히고 설악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카메라 렌즈로 그 감동을 다 담아 내기에는 태부족했다.
베드로 사도는 초막 셋을 짓는다고 하셨지만 난 넷을 지었으면 했다.
마지막 하나는 우리 신자들 기도의 집으로 지어 사무장이나 할까?? ㅋㅋㅋ
이런 우스운 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절반도 채 못 지나 구름이 몰려와 비를 쏟아 붓는다. 산의 날씨가 중2병 걸린 애들 마음같이 변덕스럽다.
비를 맞아 더 무거워진 배낭과 몸이 천근만근 축축쳐진다.
봉우리 하나를 오르면 또 내려가야하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야했다.
무릎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파올 때
“예수님 내 좀 델꼬 가이소. 산행이 끝나고 나면 기도도 많이 하고 착하게 살께 예.” 이렇게 기도했다. 하지만 진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묵주는 손에 꼭 쥐고 있었지만 한단도 다 바치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글을 쓰기 몇일 전 주임신부님의 미사강론에서 ‘발자국’이라는 시를 들려주셨다. 동행하신 예수님과 내 발자국이 네 개가 되어야 되는데 내가 힘들어 할 땐 두 개 밖에 없다고 불평하는 나에게 “네가 힘들어 할 땐 내가 너를 업고 가고 있었다.”라고 하신 말씀이 부족함 투성이인 내곁에서 늘 함께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2017년 8월 22일(화) ~23일(수)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하며




